혁신은 같은 얼굴을 갖고 있지 않다
창의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발한 아이디어, 전혀 새로운 발상, 기존의 틀을 깨는 사고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조직에서 진정한 혁신은 새로운 것만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정교하게 개선하는 노력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마이클 커튼의 적응-혁신 이론은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사람은 창의적이지만 창의성을 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그의 통찰은 조직 구성원 간의 갈등을 해석하고 협업을 설계하며 변화 관리를 전략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단단한 기반이 되어줍니다.
이번 글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 시리즈의 두 번째로 커튼의 적응-혁신 이론을 통해 조직 내 창의성의 이면과 이를 어떻게 경영 전략에 통합할 수 있을지를 다룹니다.
1부: 창의성은 수준이 아니라 스타일이다
1976년 영국의 심리학자 마이클 커튼은 창의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대신 사람마다 다른 문제 해결 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즉, 창의성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접근 방식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적응자(Adaptor)
⊙ 기존 시스템 내에서 작동한다
⊙ 규칙을 존중하며 개선을 지향한다
⊙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추구한다
⊙ 세부와 정확성을 중요시한다
⊙ 점진적 개선, 효율성 강화에 초점을 둔다
혁신자(Innovator)
⊙ 기존 시스템을 의심하고 도전한다
⊙ 구조화되지 않은 접근을 선호한다
⊙ 비정형적, 때론 비현실적 제안을 한다
⊙ 불확실성과 변화 속에서 에너지를 낸다
⊙ 급진적 전환과 근본적 혁신을 시도한다
※ 주의할 점은 이 둘이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 다 조직에 필요하며 각기 다른 시점과 상황에서 가치가 발휘됩니다.
2부: 창의성의 스펙트럼을 측정하는 KAI 도구
커튼은 이론을 실용화하기 위해 적응-혁신 목록(Kirton Adaption-Innovation Inventory, KAI)을 개발했습니다.
KAI는 창의성을 성격처럼 보는 대신 문제 해결 방식의 선호를 정량화하는 도구입니다.
KAI의 구성
총 32개 항목, 평균 점수 약 95점
낮은 점수는 적응자, 높은 점수는 혁신자 경향
세 가지 하위 요인
⊙ 독창성(Originality): 새로운 아이디어 생성 능력
⊙ 효율성(Efficiency): 구조적, 체계적 사고의 선호
⊙ 규칙 준수(Rule Conformity): 조직 규범에 대한 태도
이 도구의 핵심은 개인이 단일한 성향으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연속선상의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점입니다.
높은 독창성과 높은 효율성을 동시에 가진 사람도 있고 규칙 준수 성향은 낮지만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
3부: 적응자와 혁신자가 공존하는 팀, 어떻게 설계할까
커튼 이론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점은 조직 설계입니다. 창의성 스타일 차이를 인지하고 존중하는 순간 갈등은 협업의 기회로 전환됩니다.
팀 구성 전략
⊙ 적응자만 있는 팀 → 체계적이지만 혁신의 임계치를 넘기 어렵다
⊙ 혁신자만 있는 팀 →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실행력과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 균형 잡힌 팀 → 아이디어 창출과 실행 가능성 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브리지(Bridge)의 역할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브리지입니다. 적응자와 혁신자 사이에서 언어를 번역하고 긴장을 중재하며 둘의 강점을 연결하는 존재입니다. 브리지는 리더가 될 수도, 팀원 중 중간 성향의 인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브리지는 갈등을 줄이고 오해를 해소하며 프로젝트가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핵심 연결고리입니다.
4부: 조직 변화, 누가 주도할 것인가
창의성은 항상 필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무게 중심은 달라집니다.
⊙ 안정적 시기 → 적응자의 체계적 운영과 성실함이 조직의 근간이 됩니다
⊙ 변혁적 시기 → 혁신자의 실험과 도전이 돌파구를 엽니다
이처럼 두 스타일은 시계열상 역할이 나뉘며 리더는 그 타이밍을 정확히 감지하고 배치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커튼은 이 갈등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갈등이 존재한다면 이것은 다양성이 있다는 증거이며 조직이 발전할 기회라고 보았습니다.
5부: 기업가 정신과 커튼 이론의 연결
많은 창업자들은 혁신자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적응자 성향의 인재가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초기 단계의 혁신자 역할
⊙ 규칙이 없고 자원이 제한적인 시기
⊙ 독창적 기획력과 도전 정신이 핵심
성장 이후 적응자의 중요성
⊙ 구조화된 프로세스 필요
⊙ 고객 신뢰 확보와 품질 유지 중심
커튼의 이론은 창업 초기 팀 빌딩에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창업자가 혁신자라면 COO나 운영 담당자는 적응자 성향이 강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균형을 맞추는 길입니다.
6부: 창의성을 통합하는 조직 문화 만들기
진정한 혁신은 스타일의 다양성이 존중받고 충돌 없이 통합되는 조직에서 만들어집니다.
조직 문화의 3가지 조건
- 인지 스타일에 대한 이해와 교육
- 브리지 역할의 제도화
- 스타일 다양성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이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단 하나의 천재가 아니라 다양한 창의성 스타일의 유기적 조합입니다.
창의성은 조율될 수 있다
마이클 커튼의 적응-혁신 이론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Q1. 과연 조직은 혁신자만으로 충분한가?
Q2. 실행 없는 아이디어는 무엇을 남기는가?
Q3. 체계만 중시하는 조직이 얼마나 유연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적응자와 혁신자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때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접점을 찾아내고 조율하는 것이 오늘날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이제 사람을 유형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창의성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서로를 연결해 줄 설계도를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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