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속가능성에 단계가 필요한가
지속가능성은 환경, 사회, 경제의 세 축의 균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조직(기업, 비영리단체, 공공기관 등)은 구성원, 이해관계자, 사회, 미래 세대까지 연결된 복합적 생명체다. 이런 조직이 생존을 넘어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재무 안정이나 단기 성과를 넘어 조직문화, 사회적 책임, 미래 지향성까지 포괄하는 깊고 광범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Richard Barrett 가 제시한 7단계 조직의식(Seven Levels of Consciousness) 모델은 조직이 어떤 순서와 구조로 성장·성숙해갈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어떤 의식 수준에 도달해야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유용한 지도다.
이 글에서는 바렛의 7단계 모델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각 단계가 조직과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오늘날 기업이 이 모델을 통해 어떤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바렛 7단계 모델 개요
바렛 모델은 원래 개인의 의식(consciousness) 발전을 설명하는 것이었지만 조직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조직은 개인처럼 생존부터 소속, 성장, 변혁, 문화, 공동체, 사회적 책임까지 일련의 의식 단계를 거쳐 진화할 수 있다
.
아래는 조직이 달성할 수 있는 7단계의 의식 수준과 그 핵심 동기(motivation) 그리고 조직이 집중해야 할 과제를 요약한 것이다.
| 단계/핵심 동기 | 조직이 집중해야할 과제 및 특징 |
| 1. 생존 (Survival)/ (재무 안정, 수익, 직원 건강과 안전 등) |
기업의 기본 생존을 위한 수익 확보, 비용 통제, 재무 안정. 이익과 현금흐름 확보, 리스크 관리, 노동자 복지 및 안전. 과도한 통제, 단기적 시야, 탐욕, 과도한 위험 회피 가능성. |
| 2. 관계 (Relationships) / 소속감, 충성, 신뢰 - 직원, 고객, 공급자 등과의 인간관계 |
열린 커뮤니케이션, 상호 존중, 고객 및 직원 만족, 충성도 구축, 협력 관계 형성. 내부 경쟁, 불신, 음모, 정보 독점, 배타성 등의 문화적 분열 방지. |
| 3. 자존감 및 성과 체계 (Self‑Esteem / High-performance systems)/ 효율성, 질, 전문성, 안정된 시스템 |
조직의 프로세스, 시스템, 구조, 규율 정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성과를 위한 표준화된 운영. 관료주의, 계급주의, 관성, 비효율 방지. |
| 4. 변혁 및 적응 (Transformation)/ 학습, 혁신, 변화, 지속적 성장 |
직원 참여, 책임감, 자율성 부여. 혁신 촉진, 지속적인 개선과 학습, 지식 공유, 개인 성장과 개발. 고리처럼 이어지는 변화 대응 체계 구축. |
| 5. 내부 응집 및 문화 (Internal Cohesion / Cultural)/ 공동 미션, 가치 공유, 조직 내 응집력, 통합된 문화 |
비전과 목적 공유, 가치 중심의 문화 구축, 조직 구성원의 동기 통합, 신뢰·정직·협력 강화, 열정과 창의 발현, 소속감 부여. 조직 정체성 확립, 집단의식 형성. |
| 6. 공동체 및 파트너십 (Making a Difference / Community)/ 조직 내부와 외부를 아우르는 협력, 지역사회/협력사/공급망/공동체와의 관계 |
전략적 제휴, 파트너십, 공급망 및 고객, 지역사회와의 협력.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 협업을 통한 가치 창출, 공동체 기여. 조직 내부 단위 간 협력 강화. |
| 7. 사회 및 서비스 (Societal / Service)/ 인류와 지구,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사회정의, 인권, 글로벌 비전 |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성, 환경 보호, 인권 존중, 공공선 추구,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 조직의 존재 목적을 이윤을 넘어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확장. 진정한 존재 이유 재정의. |
바렛의 7단계의 의미는 단순 조직 성과나 경영 효율성 체계를 넘어선다. 문화, 공동체, 사회적 책임, 미래 지향성까지 고려한 포괄적 성장의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각 단계의 의미: 왜 순서대로인가
낮은 단계 (1~3): 생존과 안정 - 조직의 기반
첫 세 단계는 조직이 건강하게 존재하고 운영되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다.
⊙ 생존 단계에서는 재무 건전성, 직원의 안전과 복지 그리고 기업의 지속을 위한 기본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다. 이 단계가 흔들리면 어떤 장기 전략이나 사회적 책임도 의미를 잃게 된다.
⊙ 관계 단계에서는 구성원, 고객, 공급자 등 이해관계자와의 신뢰와 유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충성도 구축이 중요하다. 이는 조직의 안정성과 내부 결속의 기초다.
⊙ 자존감/성과 체계 단계에서는 프로세스, 시스템, 운영의 효율성, 품질 그리고 전문성 확보를 통해 조직의 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 내부에 자긍심과 안정감을 부여한다.
이들은 마치 개인이 생존, 안전, 사회적 소속, 자율성, 자존감을 첫걸음으로 삼는 심리적 욕구와 유사하다. 바렛은 이 모델이 개인의 발전뿐 아니라 조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았다.
이 단계에 충실해야만 조직은 단기 생존을 넘어서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중간 단계 (4~5): 변화와 문화 - 조직의 정체성과 성장
조직이 단순히 안정과 운영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며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정체성과 가치를 형성하는 단계다.
⊙ 변혁 수준에서는 조직이 단순한 위계와 통제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직원 참여, 자율성, 책임을 바탕으로 한 조직으로 거듭난다. 지식 공유, 혁신, 지속적 학습이 일상화된다.
⊙ 내부 응집 또는 문화 수준에서는 조직의 비전, 미션, 핵심 가치가 구성원 모두에게 공유되고 내면화된다. 이를 통해 조직은 정체성과 목적을 가진 공동체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일을 잘하는 기계가 아니라 의미와 목적을 공유하고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생명체로 진화한다.
높은 단계 (6~7): 공동체와 사회 - 지속가능성의 완성
가장 높은 수준에서는 조직이 단지 내부 구성원이나 단기 성과나 조직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사회와 미래 그리고 지구를 향한 책임과 비전을 갖는다.
⊙ 6단계에서는 조직이 파트너, 공급망, 고객, 지역사회 등과 협력하고 전략적 제휴와 공동체 활동을 통해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며 상생을 추구한다.
⊙ 7단계에서는 인류 전체, 미래 세대, 글로벌 사회까지 아우르는 비전과 책임을 실천한다. 기업은 사회적 존재로서 존재 이유를 재정의하고 지속가능성과 공동선을 위한 사명에 헌신한다.
이 수준의 조직은 단지 이윤 추구를 넘어서, 사회정의, 인권, 지구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 7단계 전체를 골고루 활성화한 조직은 단기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지속성과 책임, 의미, 성장, 협력 그리고 사회적 가치까지 통합된 폭넓은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바렛 모델과 전통 지속가능성 개념의 비교
전통적으로 지속가능성은 환경, 사회, 경제의 세 요소(혹은 세 축) 간의 균형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접근은 때로 지나치게 거시적이고 일반적이며 실제 조직이 어떻게 변화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진 않는다. 또한, 단순한 균형 개념이라면 현재 상황에서의 타협이나 절충으로 그칠 수 있다.
반면 바렛 7단계 모델은 조직 내부의 의식, 문화, 행동, 시스템, 가치, 비전까지 통합하여 조직이 진화해야 할 구체적 로드맵을 제공한다. 또한 사회적 책임, 공동체 가치, 미래 지향성을 포함한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담는다.
즉, 바렛 모델은 지속가능성을 조직의 체질 변화 관점에서 접근하게 해 준다. 환경 친화나 윤리 경영, CSR 등을 넘어서 조직 존재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며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오늘날 기업과 조직에 주는 실용적 함의
바렛의 7단계 모델은 실제 경영과 조직운영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 도구로 쓰여 왔다.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은 단기 이익이나 성과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생존과 관계, 성과 체계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문화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자와 리더는 장기 비전과 가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조직문화를 슬로건이나 홍보로 끝내지 말고 실제 운영체계, 의사결정, 인사관리, 내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조직 구조 전반에 바렛의 단계적 접근을 반영해야 한다.
셋째, 이해관계자(직원, 고객, 공급자, 지역사회, 사회 전체)와의 관계를 폭넓게 설계하고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외부 공동체와의 협력과 책임을 체계화해야 한다. 조직은 사회적 신뢰, 지속가능성, 공동가치 창출이라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넷째,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환경·사회적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조직 존재의 근본 목적(purpose)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조직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변화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모든 조직이 처음부터 7단계에 이를 수는 없다. 먼저 생존, 관계, 시스템 안정 등을 확보한 뒤 점진적으로 문화, 공동체,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이다.
바렛 7단계 모델의 한계와 도전
물론 이 모델이 만능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한계와 도전이 존재한다.
첫째, 각 단계는 명확하지만 조직마다 처한 상황, 산업, 문화, 역사, 규모, 사회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으로 단계적 진화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둘째, 조직 내부의 저항과 관성이다. 특히 기존의 관료제,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변화(변혁, 문화, 협력, 책임)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구조적 장벽, 권력관계, 단기 성과 압박 그리고 투자 한계 등이 이를 가로막는다.
셋째, 계량화의 어려움이다. 재무 성과나 생산성은 수치로 측정되지만 문화적 응집, 사회적 책임, 공동체 기여, 미래 세대를 위한 가치 창출은 정량화가 어렵다. 따라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넷째, 지속 서비스 단계(사회 / 서비스)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 CSR, 친환경 정책, 이미지 관리 수준에서 멈추면 조직은 여전히 기존 패러다임 안에 머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렛 모델은 조직에게 단지 생존을 넘어서는 비전과 길 그리고 실천의 틀을 제공한다.
지속가능성은 조직의 의식 변화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과 조직이 ESG, CSR, 지속가능경영, 사회적 책임, 공공 가치 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선언이 마케팅이나 이미지 관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직의 구조, 문화, 가치, 의사결정 체계 그리고 리더십까지 변화해야 한다.
바렛 7단계 모델은 이런 변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청사진이다.
조직은 단순한 이윤 추구 기계가 아니라 구성원, 고객, 공급망, 지역사회, 나아가 지구와 미래 세대까지 아우르는 존재다. 생존과 관계, 효율성과 성장, 문화와 협력, 사회적 책임과 비전까지 모두를 통합할 때 진정한 지속가능성과 의미 있는 존재감을 갖게 된다.
이 모델은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 NGO, 교육기관, 커뮤니티 등 인간이 조직화된 모든 공동체에 적용될 수 있다.
만약 조직을 운영하거나 조직의 변화를 고민하는 리더라면 바렛의 7단계 의식 모델을 한 번 깊이 들여다볼 만하다. 지금 당장 단기성과에 매몰되기보다는 어떤 미래를 위해 누구와 함께 어떤 가치를 위해 존재할 것인지 질문하고 그 방향을 설계해 보자.
지속가능성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의식의 깊이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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