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창업 초기 조직문화 설계: 문화가 자연 발생이 아닌 설계여야 하는 이유

 

'우리는 아직 작으니까 문화는 나중에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당장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찾아야 하는데 조직문화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치명적인 실수다. 문화는 나중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굳어진다.

 

창업 초기 조직문화 설계: 문화가 자연 발생이 아닌 설계여야 하는 이유

 

문화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창업자 두 명이 사무실에서 첫 회의를 하는 순간부터 문화는 시작된다. 회의 시간에 늦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결론을 내리는가? 야근이 필요할 때 누가 먼저 제안하는가? 이 모든 작은 순간들이 쌓여서 '우리는 이렇게 일하는 팀'이라는 암묵적 규칙을 만든다.

 

문제는 이것이 무의식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창업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팀원에게 퉁명스럽게 대한다면, '여기서는 감정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는 문화가 생긴다.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리는 습관이 반복되면, '의견을 내도 소용없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는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문화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좋은 문화는 설계의 결과다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초기부터 문화를 의도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직원이 30명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문화 덱(Culture Deck)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터무니없어 보였지만 이것이 나중에 넷플릭스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토대가 되었다.

 

토스 역시 초기부터 '피드백 문화'를 명확히 정의했다. '우리는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선언을 넘어 설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것인지, 어떤 표현은 지양할 것인지까지 세밀하게 설계했다. 그 결과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솔직한 소통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설계는 가치 정의에서 시작한다

문화를 설계한다는 것은 거창한 문서를 만드는 게 아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지키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정했다면, 이것이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구체화해야 한다. 회사의 재무 상황을 얼마나 공개할 것인가? 인사 결정의 이유를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가?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바로 문화 설계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 혼자가 아니라 초기 멤버들과 함께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함께 논의하고 합의한 가치는 훨씬 강력하게 내재화된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우리는 중요한 것을 함께 결정하는 팀'이라는 문화의 시작이 된다.

 

 

행동으로 구현하는 설계

가치를 정의했다면 다음은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다. 많은 스타트업이 멋진 핵심가치를 벽에 걸어두지만 실제 행동과 괴리가 있어 무의미해진다. 문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의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주인의식'을 강조한다면 실제로 팀원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주고 있는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한다면, 창업자가 주말에 업무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가?

이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문화를 증명하거나 무너뜨린다.

 

배달의민족 초기에는 '경청'을 핵심 가치로 정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모든 회의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 먼저 의견을 말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단순한 룰이지만 이것이 반복되면서 위계 없이 의견을 나누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초기 채용이 문화를 결정한다

창업 초기 채용하는 첫 5명은 문화를 만드는 공동 설계자다.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가 앞으로의 문화 방향을 크게 좌우한다. 그래서 초기 채용에서는 역량만큼이나 가치관 적합성(Culture Fit)이 중요하다.

 

'뛰어난 개발자인데 협업을 싫어한다', '경험은 많은데 우리 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신호가 보이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초기에 잘못된 사람을 뽑으면 나중에 그 사람을 기준으로 다음 사람을 채용하게 된다. 결국 원하지 않던 문화가 고착화되는 데 중요한 원인이 된다.

 

반대로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채용하면 문화가 증폭된다. 한 명 한 명이 문화의 전도사가 되어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우리는 이렇게 일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파한다.

 

 

문서화의 힘

초기에는 모든 것이 암묵적으로 통한다. 하지만 팀이 10명을 넘어서면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사람들도 생기고 맥락을 공유하지 못한 채 합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문서화다.

 

문서화는 단순 기록이 아니라 명확화의 과정이다. '우리는 솔직하게 소통한다'는 막연한 원칙을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낼 때는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피드백은 24시간 내에 한다' 같은 구체적 행동 지침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트라이프는 창업 초기부터 모든 의사결정과 문화적 원칙을 사내 위키에 기록했다. 덕분에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초기의 원칙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문서는 시간이 지나도 문화가 희석되지 않게 만드는 앵커 역할을 한다.

 

 

지금이 가장 쉬운 순간이다

조직이 작을 때는 문화를 바꾸기 쉽다. 하지만 50명, 100명이 되면 문화는 굳어진다. 그리고 이미 굳어진 문화를 바꾸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그래서 창업 초기야말로 문화를 설계하기 가장 좋은 그리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지금 나의 팀에서 일어나는 작은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라. 이것이 5년 후 원하는 조직의 모습을 결정한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