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순간부터 시장이라는 거대한 경기장에 들어서서 경쟁하게 됩니다. 그런데 경쟁은 단순한 싸움이 아닙니다.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싸움터의 규칙은 무엇인지 그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 싸울 수 없습니다.
마이클 포터가 산업 구조를 분석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건 1979년의 일입니다. 4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회의실 안에서 모형은 살아 있습니다. 5 Forces. 다섯 가지 힘으로 구성된 이 구조는 산업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근본을 설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다섯 가지 힘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전략의 첫걸음을 디테일하게 다듬고 싶다면 이 프레임워크부터 다시 읽어야 합니다.
1. 신규 진입자의 위협: 장벽은 높고, 문은 좁아야 한다
어떤 산업이든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 가격은 흔들리고 시장은 나뉘게 됩니다. 그래서 진입장벽은 전략적 자산입니다. 규모의 경제, 초기 투자 비용, 유통 채널의 점유, 브랜드 충성도, 특허 등은 모두 장벽의 재료입니다.
반도체 산업처럼 설비 투자와 기술 집약도가 높은 산업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반대로 온라인 쇼핑몰은 상대적으로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구조죠.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항상 새로운 경쟁자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업은 이 위협을 줄이기 위해 장벽을 더 단단히 구축하려 노력합니다. 독점 유통망, 기술 특허, 브랜드 파워. 전략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2. 대체재의 위협: 고객은 다른 길도 알고 있다
고객의 욕구는 단 하나지만 그것을 충족시키는 방식은 여럿일 수 있습니다. 택시와 우버, 영화관과 넷플릭스처럼 말이죠.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무리 좋다 해도 그것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등장한다면 위협은 피할 수 없습니다.
대체재의 위협은 제품의 가격 대비 성능, 전환 비용, 고객의 습관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객이 쉽게 갈아탈 수 있다면 지금의 자리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차별화가 답입니다. 기능이나 브랜드, 고객 경험에서 분명한 가치를 만들어야 대체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3. 구매자의 교섭력: 고객의 힘이 강해질 때
B2C든 B2B든 고객이 요구할 수 있는 힘이 강할수록 기업은 가격도 조건도 양보해야 합니다. 소수의 대형 고객을 상대하는 산업일수록 고객의 조건은 절대적입니다.
고객의 집중도, 구매량, 전환 비용, 제품의 차별화 수준, 가격 민감도. 이 모든 것이 교섭력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유통 채널을 장악한 소매업체는 강력한 교섭력을 행사할 수 있죠.
기업은 고객의 요구를 줄이는 대신 이탈이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전환 비용을 높이거나 고객 충성도를 구축하거나 유일무이한 제품을 만드는 것. 고객과의 힘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4. 공급자의 교섭력: 비용은 올라가고 마진은 줄어든다
고객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공급자 즉 원재료나 부품을 제공하는 파트너 역시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독점적 공급업체, 대체재가 거의 없는 핵심 부품, 높은 전환 비용 - 이 모든 조건이 모이면 공급자의 교섭력이 커집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칩셋 공급자인 퀄컴에 대한 교섭력이 낮습니다. 선택지가 거의 없으니까요. 이럴 경우, 원가 상승은 마진 감소로 이어집니다.
기업은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수의 공급망을 확보하거나 일부 부품을 내재화하거나 장기 계약을 맺는 등의 전략을 선택합니다. 공급자와의 거리를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는 거죠.
5. 기존 경쟁자 간의 경쟁 강도: 결국 시장 안에서의 싸움
경쟁은 산업 안에서 벌어집니다. 그래서 이 다섯 힘의 중심엔 기존 경쟁자 간의 경쟁 강도가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가격은 내려가고 마케팅 비용은 올라가며 수익성은 떨어집니다.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경쟁자 수, 산업 성장률, 고정비 비율, 제품 차별화, 브랜드 정체성, 전환 비용, 탈퇴 장벽. 이 모든 것이 경쟁의 강도를 조절합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은 수많은 브랜드가 비슷한 제품을 가지고 경쟁하는 대표적인 고 경쟁 산업입니다. 반면, 명품 시장은 강력한 브랜드 포지셔닝으로 경쟁 강도를 조절합니다. 결국, 경쟁도 전략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실무 적용: 전략은 분석에서 시작된다
포터의 5 Forces는 내가 속한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고 경쟁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신규 진출을 고민할 땐, 이 다섯 가지 요인이 나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다섯 가지가 모두 불리하다면 뛰어난 제품도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기존 사업의 경우 정기적인 5 Forces 분석을 통해 환경의 변화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술 변화, 규제 변화, 디지털 전환 같은 요소는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분석을 기반으로 본원적 경쟁 전략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차별화, 원가 우위, 집중화 전략 모두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해야 현실성이 생깁니다.
경쟁우위는 구조의 이해에서 출발한다
전략은 결정을 돕는 언어입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명확히 해주죠. 그리고 마이클 포터의 산업구조 분석은 그 언어의 기초 문법과도 같습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이 모형은 네트워크 효과나 정부 정책처럼 더 복잡한 요인까지는 포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구조를 본다는 건 지금도 전략의 여전히 의미 있는 출발점입니다. 특히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경쟁자가 늘어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산업에 들어갈 것인지, 들어가 있다면 어디서 싸울 것인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구조부터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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