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효율화가 스타트업 생존의 필수전략인가
창업은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숫자를 보면 참담하다. 국내 창업 기업의 5년 후 폐업률은 66.2%다. OECD 평균인 54.6%보다 11.6% 포인트나 높다. 즉, 스타트업 3곳 중 2곳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국내 AI 스타트업의 3년 생존율이 56.2%에 불과하다. 이는 AI 일반기업(72.7%)이나 전산업 평균(68.8%)보다도 낮은 수치다. 기술력이 있어도 투자를 받았어도 반 이상은 3년을 채 버티지 못한다.
왜 그럴까? 폐업 원인을 들여다보면 운영상의 문제, 즉 자원 낭비,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서서히 기업을 갉아먹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자원이 제한적이다. 인력도, 자금도, 시간도 대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해내는 능력 즉 운영 효율화는 생사의 문제가 된다. 효율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그런데 많은 창업자들이 효율화라는 단어를 인원 감축이나 비용 절감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절반만 맞는 이해다. 진짜 효율화는 더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다. 집중력과 속도를 확보하는 것이 효율화의 본질이다.
스타트업 운영 효율화 전략 시리즈
#1. 운영 효율화의 본질
#2. 프로세스 디자인 전략
일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효율화를 논하기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우리는 지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가?'
스타트업 초기 팀은 수많은 일로 가득 차 있다. 미팅, 보고서, 기획서, 이메일, 채용, 고객 응대, 투자 준비, SNS 운영… 모든 것이 급하고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일이 실제로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과 성과를 내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일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은 두 가지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다.
첫째, 핵심 가치 활동(Core Value Activities)을 정의하는 일이다. 우리 팀이 하는 수십 가지 일 중에서 실제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매출에 기여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활동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원 활동과 낭비 활동을 구분하는 것이다. 핵심 활동을 돕는 지원 활동은 필요하지만 최소화되어야 한다. 반복적인 수작업, 불필요한 내부 보고 체계, 의사결정을 늦추는 회의들은 낭비 활동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세탁 스타트업 린드리고(런드리고)의 운영사 의식주컴퍼니는 2019년 론칭했다.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물류와 공정 관리를 핵심 가치 활동으로 명확히 정의했다. 전국 3곳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공정 효율화와 물류 자동화를 구현해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다. 그 결과 2021년 130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4년 539억 원으로 4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들이 집중한 것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핵심 활동에 자원을 집중하고 반복되는 비핵심 작업을 자동화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일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팀 전체가 지난 한 주 동안 한 일을 나열하고 그중 '고객에게 직접적 가치를 전달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구분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단순 작업만으로도 팀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쏟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빠름보다 낭비 없는 구조가 우선이다
스타트업에서 속도는 미덕이다. '빠르게 실패하라', '빠르게 배워라', '빠르게 실행하라'는 말들이 창업 생태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물론 속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된 곳에서 속도를 내면 더 빠르게 자원을 소진할 뿐이다.
진정한 효율화를 위해서는 빠른 속도에 앞서 낭비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선행해야 한다. 낭비란 시간 낭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낭비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재작업 낭비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작업이 진행되면 수정과 재확인에 엄청난 시간이 소모된다. 디자인을 세 번 엎고 개발 스펙은 계속 바뀌고 기획서가 끝없이 수정된다면 낭비 수준이 심각한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 낭비다. 한 사람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느라 팀 전체의 업무가 멈추는 구조가 이에 해당된다. 승인 단계가 지나치게 많아 실행이 늦어지게 된다. 창업자 1인에게 모든 의사결정이 집중되어 있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자주 발생한다.
세 번째는 과잉 프로세스 낭비다. 기능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기능은 없어지고 프로세스만 남아버린 경우다. 팀이 5명일 때 만든 보고 양식을 15명이 된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거나 형식적인 주간 보고를 위한 자료 준비에 매주 반나절을 쓰는 경우가 그 예다.
아무리 열정적이고 아이디어 넘치는 스타트업이라도 성공과 혁신이 일어나려면 제대로 된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낭비 없는 구조란 팀이 핵심 활동에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이것이 갖춰졌을 때 속도가 의미를 갖는다. 구조 없는 속도는 소음이지만 구조 위에서의 속도는 힘이 된다.
낭비 없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매주 반복되는 업무 목록을 작성하고 각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해 보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어디에서 에너지가 새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
창업자의 시각에서 본 운영 효율화의 기준
마지막으로, 창업자라면 효율화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많은 창업자들이 운영 효율화를 '팀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는 것'으로 오해한다. 혹은 효율화는 회사가 어느 정도 커진 뒤에 고민할 문제라고 미루기도 한다. 두 가지 모두 위험한 착각이다.
효율화는 팀을 더 쥐어짜는 것이 아니다. 팀이 소모적인 일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구성원의 번아웃을 방지하고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효율화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팀이 3명이든 5명이든 상관없다. 작을 때 만들어진 비효율의 습관은 팀이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10명이 함께하는 나쁜 습관을 30명이 공유하면 재앙이 된다. 반대로 초기에 만들어진 좋은 구조와 리듬은 성장의 발판이 된다.
스타트업이 성장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은 창업가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도전을 헤쳐나가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 바로 효율적인 운영 구조다.
창업자가 운영 효율화를 바라보는 올바른 기준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지금 우리 팀이 가장 잘해야 하는 일(핵심 가치 활동)에 전체 에너지의 몇 %가 투입되고 있는가?
(2)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매번 임시방편으로 땜질하고 있는가?
(3) 팀이 빠르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실행 리듬이 갖춰져 있는가?
이 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면 이미 효율화의 올바른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다.
운영 효율화는 단 한 번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것은 창업자와 팀이 매일, 매주, 매달 스스로에게 '우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잘하고 있는가?'라고 묻는 문화이자 습관이다. 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조직이 결국 살아남는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단하고 복잡성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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