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5편. 확장 단계의 운영 전략: 효율을 유지하며 스케일업하기

 

성장기 스타트업의 비효율 신호를 읽어라

팀이 20명을 넘어서면 조직에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창업자 한 명의 결정으로 하루 만에 실행됐던 일이 여러 팀을 거치며 일주일이 걸린다. 새로 입사한 팀원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각 팀이 각자의 방식으로 일하면서 협업이 필요한 지점에서 마찰이 생긴다. 이 모든 것이 성장기 스타트업의 비효율 신호다.

 

5편. 확장 단계의 운영 전략: 효율을 유지하며 스케일업하기


스타트업 운영 효율화 전략 시리즈


#1. 운영 효율화의 본질

#2. 프로세스 디자인 전략

#3. 데이터로 움직이는 조직 만들기

#4. 사람 중심 효율화

#5. 확장 단계의 운영 전략(현재 글)

조직 설계는 한 

스타트업은 하루 안에도 수많은 결정 사항들이 정해지고 수정이 반복된다. 소규모의 인원이라면 대화만으로 충분히 커버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하게 되고 이런 오류가 누적되다 보면 제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장기의 비효율 신호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의사결정이 느려졌다.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회의를 하는데 결정은 지연된다. 의사결정 권한과 구조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둘째, 온보딩이 무너졌다.

새 팀원이 홀로 감을 잡아야 하는 상황 혹은 기존 팀원에게 계속 물어봐야만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이는 지식 전달 체계가 없다는 뜻이다.

 

셋째, 팀 간 사일로(Silo)가 생겼다.

각 팀이 서로의 업무와 목표를 모르거나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건 우리 팀 일이 아닌데요'라고 말한다. 이는 조직이 분절되고 있다는 신호다.

 

넷째,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해결했다고 생각한 이슈가 다른 팀에서 다음 분기에 다시 나타난다. 이것은 문제의 원인이 제거된 것이 아니라 봉합된 것이다. 구조적 해결 없이 임시방편으로만 대응해 온 결과다.

 

다섯째, 창업자가 여전히 모든 것에 관여한다.

팀이 30명이 되어도 사소한 결정까지 창업자를 거치는 구조다. 이는 조직의 실질적인 성장 역량이 단 한 명의 처리 용량에 묶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파트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는 4명으로 시작했던 구성원이 어느덧 150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스케일 업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성장의 각 단계에서 비효율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구조를 재설계했다는 것이다. 신호를 읽는 것이 먼저다.

 

 

 

중간관리자 체계 도입과 책임 분배의 균형

비효율 신호가 감지되었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가 있다. 바로 중간관리자 체계의 도입이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중간관리자 도입을 두려워한다. '관료주의가 생기는 것 아닌가요?', '문화가 망가지지 않을까요?'라는 걱정이 앞선다. 이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감시와 통제'로 이해해서 생기는 오해다. 성장기 스타트업에서 중간관리자는 창업자의 철학과 방향성을 팀에 전달하고 팀의 현장 목소리를 경영진에 올리는 정보의 허브이자 실행의 가속장치다.

 

중간관리자를 효과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첫째,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라.

중간관리자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고 무엇은 경영진의 승인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모호한 권한은 '어차피 대표님께 물어봐야 해'로 귀결된다.

 

둘째, 내부에서 성장한 사람을 우선 발탁하라.

외부 영입이 아닌 팀 내에서 신뢰를 쌓아온 사람이 중간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팀의 문화와 맥락을 이해한 채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처음부터 함께한 초기 멤버들 중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 중간관리자 스스로의 성장을 지원하라.

훌륭한 개발자나 마케터가 자동으로 훌륭한 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십 교육, 1:1 코칭, 다른 리더들과의 정기적인 싱크업이 필요하다. 중간관리자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위한 지원은 필수다.

 

책임 분배의 핵심은 의사결정 매트릭스를 만드는 것이다. RACI 모델(Responsible, Accountable, Consulted, Informed)은 각 업무에 대해 누가 실행하고(R), 누가 최종 책임을 지며(A), 누구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고(C), 누구에게 결과를 공유해야 하는지(I)를 명확히 하는 도구다. 이것이 팀 전체에 공유될 때 '이건 누가 결정해요?' 같은 질문이 사라진다.

 

 

 

OKR과 업무 리듬 리디자인

조직이 커지면 개인과 팀의 목표가 제각각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 영업팀은 계약 건수를 늘리려 하고 개발팀은 기술 부채를 해결하려 하며 마케팅팀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 한다. 각자 열심히 일하는데 회사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이유다. 즉 방향이 정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OKR은 제품을 관리하는 강력한 툴이 된다. 우리 목표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한 방향으로 얼라인 되도록 하며 OKR 기여도에 기반해 효과적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목표 달성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파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 역할도 한다.

 

스타트업은 OKR을 구현함으로써 성장 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팀 구성원들에게 목적의식과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OKR 도입 중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OKR을 'KPI를 분기 단위로 쪼갠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OKR을 '작은 단위의 MBO(Management by Objectives, 목표 관리)'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OKR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 과정에서 배움을 얻는 프레임워크다. 70%의 달성도가 성공으로 간주된다. 그만큼 목표가 높게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이유는 팀의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성장기 스타트업에서 OKR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업무 설계는 다음과 같다.

● 분기 초에는 전사 OKR을 설정하고 각 팀의 OKR과 연결하는 얼라인먼트 세션을 진행한다.

● 매주는 OKR 체크인을 통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진행이 막힌 곳에서 팀 간 협력이 필요한지 확인한다.

● 분기 말에는 달성도를 점검하고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무엇이 효과가 없었는지 솔직하게 회고한다.

 

이 사이클이 정착될 때 OKR은 형식적인 문서가 아닌 팀의 실제 나침반이 된다.

 

AI IP 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마크비전은 5명 규모의 조직에서 80명 이상의 글로벌 조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지역과 시장별로 다른 비즈니스 환경을 통합 관리하는 어려움이 생겼다. 이에 세일즈포스를 도입했다. 영업 단계와 승인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지역과 담당자가 달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파이프라인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 것. 조직이 글로벌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운영 체계를 선제적으로 설계한 결과 미팅의 60~70%가 실제 영업 기회로 전환됐다. 계약 성사율도 안정적으로 30~35%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효율 유지형 성숙 조직으로의 전환 전략

이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 모든 요소들 - 낭비 없는 프로세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명확한 팀 구조, 잘 정착된 커뮤니케이션-이 스케일업 단계에서도 유지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 전체가 효율을 하나의 가치로 내면화해야 한다.

효율 유지형 성숙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창업자와 경영진이 실천해야 할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표준화와 유연성의 균형을 잡아라.

모든 것을 표준화하면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무기인 민첩성이 사라진다. 반대로 아무것도 표준화하지 않으면 성장과 함께 혼돈이 따라온다. 핵심 프로세스(채용, 온보딩, 의사결정, 성과 관리)는 표준화하되 각 팀의 실행 방식에는 자율성을 주는 균형이 필요하다.

 

둘째, 정기적인 운영 점검 루틴을 만들어라.

분기에 한 번 혹은 반기에 한 번 팀 전체가 함께 '지금 우리의 운영 방식에서 없애야 할 것, 추가해야 할 것,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점검하는 세션 운영이 필요하다. 효율화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습관이어야 한다.

 

셋째, 효율 챔피언을 지정하라.

팀이 커질수록 운영 효율화는 모두의 일이 되다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 된다. 각 팀 또는 조직 전체에서 운영 개선을 담당하는 역할을 명시적으로 지정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효율화가 지속적인 의제로 유지된다.

 

넷째, 성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복잡성을 선제적으로 설계하라.

지금 10명이라면 30명이 됐을 때의 운영 방식을 미리 설계해 두는 것이다. 채용이 시작될 때 온보딩 프로세스를 먼저 만들고 새 팀이 생기기 전에 팀 간 협업 방식을 미리 정의하는 식이다. 사후 수습보다 선제적 설계가 훨씬 효율적이다

.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는 2021년 130억 원이던 매출이 2024년 539억 원으로 4배 넘게 성장했다. 자동화 설비 추가, 공정 효율 개선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약 30% 개선했다. 이 회사의 성장 궤적이 의미 있는 이유는 매출 성장과 함께 효율성도 함께 높아졌다는 점이다. 성장하면서 효율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수록 더 잘 돌아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5편에 걸친 이 시리즈를 통해 스타트업 운영 효율화 전체 그림을 살펴봤다. 효율화의 본질은 인력을 줄이거나 팀을 쥐어짜는 것이 아니다. 낭비를 제거하고 데이터로 결정하며 사람이 제대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가 성장과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진화시키는 것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많다. 하지만 성장하면서도 효율을 잃지 않는 스타트업은 드물다. 그 드문 조직이 결국 오래 그리고 멀리 간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