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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아이덴티티 설계 방법: 핵심 가치와 스토리로 만드는 브랜드 DNA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이런 오해에 부딪힙니다. 좋은 로고를 만들고 세련된 슬로건을 정하면 브랜드가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 살펴봤듯 오래가는 브랜드는 겉모습보다 내부 구조가 단단합니다. 아이덴티티는 디자인 이전의 문제이고 표현 이전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중심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브랜드의 모든 판단이 정렬되는가?

 

이 글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DNA라 할 수 있는 핵심 가치와 스토리를 어떻게 정의하고 구조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브랜드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이 단계는 유전자를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설계 방법: 핵심 가치와 스토리로 만드는 브랜드 DNA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리즈 글 모음

#1. 브랜드 아이덴티티란(철학과 구조)

#2. 성공과 실패의 차이(일관성)

#3. 브랜드 아이덴티티 설계 방법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브랜드 아이덴티티 설계는 건축과 닮아 있습니다. 외관은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지만 기초와 골조가 부실하면 건물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션, 비전, 핵심 가치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모든 전략과 커뮤니케이션을 떠받치는 구조입니다.

 

많은 브랜드가 캠페인이나 리뉴얼 단계에서 아이덴티티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덴티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문제를 예방하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다시 묻지 않으려면 시작점에서 분명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Why에서 출발하는 브랜드 설계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데 가장 널리 알려진 프레임은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 서클입니다. 이 프레임은 Why, How, What이라는 세 단계로 브랜드를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무엇을 하는지부터 말합니다. 우리는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차별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강력한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지부터 이야기합니다.

 

Why는 브랜드의 신념이자 목적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는 설명은 브랜드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는지가 Why입니다. 파타고니아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말할 때 이는 수사가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제품을 덜 팔더라도 환경에 해가 되는 선택은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How는 Why를 실현하는 방식입니다. 같은 목적을 가진 브랜드라도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플랫폼 중 하나이지만 로컬처럼 여행하기라는 방식으로 차별화됩니다. 이는 서비스 디자인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일관되게 반영됩니다.

 

What은 가장 눈에 잘 띄는 결과물입니다. 제품과 서비스, 기능입니다. 하지만 What은 언제든 모방될 수 있습니다. Why와 How가 분명할 때만 What은 브랜드의 언어가 됩니다.

 

 

미션과 비전, 현재와 미래를 잇는 축

Why가 추상적인 신념이라면 미션과 비전은 이를 시간 위에 배치한 개념입니다. 미션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비전은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를 그립니다.

 

좋은 미션은 구체적입니다. 조직 구성원이 오늘의 업무에서 참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글의 미션이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해 모두가 쉽게 접근하도록 한다는 문장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검색, 지도, 영상 서비스까지 서로 다른 제품이 하나의 방향 아래 정렬됩니다.

 

비전은 조금 다릅니다. 비전은 측정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지향점입니다. 매출이나 점유율 같은 숫자는 목표일 수는 있지만 비전이 되지는 못합니다. 비전은 조직에 긴 호흡을 제공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도록 돕는다고 말할 때 이는 기술 변화와 무관하게 유지될 수 있는 방향성입니다.

 

미션과 비전이 명확하면 전략의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모든 기회를 잡으려는 유혹 대신 우리답지 않은 선택을 거절할 수 있는 기준이 생깁니다.

 

핵심 가치, 브랜드의 행동 원칙

핵심 가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가장 실천적인 요소입니다. 추상적인 단어 목록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핵심 가치는 많을수록 좋지 않습니다. 보통 세 개에서 다섯 개면 충분합니다.

 

가치 도출 과정은 조직의 자기 성찰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단기 성과와 충돌하더라도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를 묻는 과정입니다. 이 질문은 불편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가치는 위기 앞에서 쉽게 무너집니다.

 

중요한 단계는 추상성을 걷어내는 일입니다. 혁신, 도전, 고객 중심 같은 단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단어가 실제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정의해야 합니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가치는 휴가 규정이 없는 제도, 승인 절차를 최소화한 조직 운영으로 구체화됩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가치는 신뢰를 얻습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 가치를 이야기로 엮다

핵심 가치가 정의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이를 이야기로 만드는 일입니다. 사람은 논리보다 이야기를 더 오래 기억합니다. 브랜드 스토리는 브랜드가 누구인지 감정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는 몇 가지 공통된 요소를 가집니다. 먼저 출발점이 있습니다. 브랜드가 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에어비앤비가 집세를 내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단순 과거담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철학을 설명하는 장치입니다.

 

다음은 갈등입니다. 브랜드가 목격한 불편함이나 문제입니다. 이 갈등이 명확할수록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선명해집니다. 금융이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브랜드는 모든 서비스 설계를 단순화로 정렬할 수 있습니다.

 

여정은 브랜드의 성장 과정입니다. 시행착오와 실패, 방향 전환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이 과정은 브랜드를 인간적으로 만듭니다. 완벽한 성공담보다 극복의 이야기가 더 강한 공감을 만듭니다.

 

마지막은 비전입니다. 브랜드가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를 말합니다. 이 부분이 열려 있을 때 소비자는 브랜드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 브랜드의 Why를 찾는 여정

이 모든 개념은 이론으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 브랜드에 적용하려면 구조화된 질문이 필요합니다.

핵심 팀이 모여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한 진짜 이유를 돌아보고 브랜드가 사라졌을 때 세상이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묻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면 아직 아이덴티티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초안은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합의입니다. 그리고 그 합의가 실제 의사결정과 충돌하지 않는지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아이덴티티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근 선택들을 돌아보며 정의한 가치와 일치했는지를 점검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브랜드 DNA는 축적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DNA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질문과 정교화의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집니다. 이 과정을 거친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갖게 됩니다. 유행이 바뀌고 시장이 변해도 판단의 기준은 남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정립된 가치와 스토리를 어떻게 시각적 그리고 언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브랜드의 DNA가 실제 디자인과 말투로 어떻게 번역되는지. 즉, 표현 시스템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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