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B2B 제조 중소기업 대표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해외 진출 얘기는 꼭 나옵니다. 그런데 분위기는 늘 비슷하죠.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인증부터 전시회, 바이어 발굴, 계약서까지 생각하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는 겁니다. 내수는 버티고 있는데 성장 속도는 둔해지고 해외는 분명 큰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나?' 막막한 상태죠.
이 글은 그 막막함을 '수출바우처를 어떻게 써야 B2B 수출이 실제로 굴러가는지'로 바꿔보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KOSME(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성공사례집에 담긴 B2B 기업들 중 전략이 선명한 두 사례를 골라서 풀어볼게요. 그 두 곳은 스피덴트(치과재료)와 에스비티엘 첨단소재(이차전지 파우치 필름)입니다
수출 바우처란?
수출바우처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 제도로 수출 관련 서비스를 쿠폰 형태로 제공됩니다. 기업이 마케팅, 인증, 물류 등을 자율 선택해 쓰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핵심 특징
지원 대상: 중소·중견기업, 수출 실적·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수출 초보 3천만 원~강소기업 1억 원 이상).
지원 서비스: 해외전시회, 마케팅, 인증 취득, 물류비, 디자인 등 14개 항목.
운영 방식: 기업 자비부담(30~50%)+정부 보조금으로 바우처 발급, KOTRA·중기부 등이 관리.
2026년 주요 변화
2026년 예산은 역대 최대 1,502억 원 규모로, 산업바우처(1000여 기업 지원, 물류비 상향)와 긴급지원바우처(최대 1.5억 원, 관세 대응 특화)가 강화됐다. 신청은 exportvoucher.com에서 1월 초 마감.
수출바우처는 돈 보조가 아니라 '학습 속도를 올리는 장치'입니다.
특히 B2B는 리드 타임이 길고 첫 계약까지 여러 번의 미팅과 샘플, 인증과 문서 작업이 반복됩니다. 이 구간에서 돈보다 더 치명적인 게 '지연'이죠. 지연이 길어지면 팀의 에너지가 꺼지고 파이프라인이 끊기며 결국 해외 진출이 흐지부지됩니다. 수출바우처는 그 지연을 줄여서 성과가 나올 때까지 버티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전진'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수출바우처가 B2B에 특히 잘 맞는 이유
수출바우처는 디자인 개발, 브랜드 개발·관리, 홍보·광고, 전시회 참가, 해외 인증 획득, 바이어 발굴, 물류·운송, 법무·세무 컨설팅 등 14개 분야 서비스를 바우처 형태로 선택해 쓰는 프로그램입니다. B2B 기업마다 병목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패키지보다 '내가 지금 막힌 구간'을 골라서 뚫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2026년 1차 모집에서는 규모가 확대되어 더 많은 기업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례로 들어가겠습니다. 같은 지원을 받아도 결과가 갈리는 지점은 '무엇을 먼저 선택했는가?'입니다.
사례 1. 스피덴트, 치과재료 시장의 3대 장벽을 순서대로 깼다
스피덴트는 1996년 설립된 치과용 재료 제조기업입니다. 생체 소재 기반 근관충전재치아 신경(치수)이 감염되거나 괴사 된 경우, 근관치료 과정에서 치아 내부 빈 공간을 채워 세균 침투를 막는 재료)·수복재(충치나 손상된 치아 표면·구조를 복구·보강하는 재료)·접착제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매출 307억 원, 설립 이후 연평균 17.3% 성장 중인 탄탄한 기업이죠.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여건은 달랐습니다. 독일·일본·미국의 대형 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넘어야 할 장벽은 세 가지였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해외 인증, 유통망 확보입니다.
스피덴트의 성공은 이 장벽을 '한 번에'가 아니라 '순서대로' 깨 나가다는 데 있습니다.
첫 번째로 해외 인증 먼저 진행했습니다.
미국 FDA와 유럽 CE는 치과재료 시장에서 사실상 입장권입니다. 수출바우처의 해외규격인증획득 지원을 활용해 복잡한 절차를 전문 컨설턴트 도움으로 진행했죠. 서류 준비와 현지 등록, 시험 비용 등을 지원받아 시간과 비용을 줄였습니다. B2B 수출에서 인증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대화가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전시회로 유통망을 만들었습니다.
독일 IDS, 미국 Chicago Dental Society Midwinter Meeting 같은 대형 전시회에 참가해 바이어를 직접 만났습니다. 부스 설치·홍보물 제작·통역 지원 등을 바우처로 해결해 '처음 만나는 회사'지만 신뢰를 빠르게 쌓을 수 있었죠. 이 전시회는 단순 홍보가 아니라 첫 미팅을 만들고 파트너 후보를 압축하는 장치로 작동했습니다.
세 번째로 브랜드와 마케팅을 붙였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브랜드 스토리와 카탈로그, 영문 홈페이지 그리고 해외 전문 저널 광고 등을 통해 인지도를 올렸습니다. B2B도 의사결정은 사람이 합니다. 제품 스펙만으로는 안전한 선택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때 자료와 스토리가 신뢰를 보강해 줍니다.
이후 스피덴트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2025년 글로벌 톱 10 목표를 제시했으며 중국 기업과 국내 기관 투자자로부터 90억 원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투자 유치 자체가 아닙니다. 인증과 레퍼런스와 마케팅 자산이 쌓이면 해외 확장이 자금 시장에서까지 평가된다라는 점에 있습니다.
사례 2. 에스비티엘 첨단소재, 기술 국산화를 신뢰 수출로 바꿨다
에스비티엘 첨단소재는 이차전지용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 제조기업입니다. 파우치 필름은 배터리 외장재로 수분 차단과 외력 보호를 담당하는 부분입니다. 오랫동안 일본 기업들이 강세였던 영역이었죠. 이 회사는 2017년 설립 이후 국산화에 도전했지만 기술 개발만으로는 성과를 내기에 부족했습니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믿어야 거래를 시작하니까요.
이 기업이 수출바우처를 쓴 방식은 전형적인 B2B 장기전 모델입니다.
전시회 참가로 신뢰의 첫 접점을 만들었습니다. InterBattery, Battery Japan 같은 행사에서 기술 시연과 프레젠테이션으로 네트워크를 쌓았고 유럽·미국·중국 제조사들과 접점을 만들었습니다.
해외 마케팅 지원으로 기술 언어를 만들었습니다. 영문 기술 자료를 제작하고 바이어 발굴 서비스로 잠재 고객 리스트를 확보했습니다. B2B는 좋은 기술이 있어도 상대가 이해할 문서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못 갑니다. 기술은 결국 문서와 데이터로 번역돼야 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포인트가 있습니다. B2B 영업은 한 번의 미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죠. 후속 미팅, 샘플 배송, 조건 협의가 이어지는데 이때 비용과 시간이 꾸준히 듭니다. 수출바우처가 이 구간의 지속 비용을 뒷받침해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결과적으로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공급망 선도사업자로 단독 선정돼 국고 100억 원 규모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10만㎡ 규모의 2 공장 증설을 추진하며 공급 안정성까지 키웠죠. 이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대체 공급자'로 자리 잡는 단계로 올라갔다는 의미입니다.
성공 기업들이 공통으로 지킨 4가지 원칙
사례집 속 B2B 기업들을 묶어보면 공통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14개 서비스를 다 쓰지 않습니다. 지금 단계의 병목을 먼저 고르고 거기에 예산과 시간을 집중합니다. 초기에는 해외 인증과 바이어 발굴이 먼저고 성장 단계에서는 전시회와 브랜드 개발에 더 투자하는 식입니다.
둘째, 2~3년을 기본 단위로 봤습니다. 첫해엔 인증과 시장조사, 둘째 해엔 전시회와 바이어 미팅, 셋째 해엔 계약과 물류 구축 같은 흐름으로 단계적으로 쌓습니다. B2B 수출에서 가장 위험한 실수는 '이번 전시회 한 번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셋째,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씁니다. 수출바우처는 자금뿐만 아니라 수행기관 컨설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공 기업들은 시장 정보, 협상, 계약서 작성까지 조언을 받아 시행착오를 줄였습니다.
넷째, 기술이 바닥을 깔고 있습니다. 지원은 촉매일 뿐이고 결국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이 있어야 성과가 납니다. 스피덴트의 생체 소재, 에스비티엘 첨단소재의 고내열 필름 기술처럼 '이 회사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2026년에 B2B가 수출바우처를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를 계약으로 연결하려면 인증·마케팅·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입니다. 수출바우처에서는 그 비용을 최대 70%까지 정부가 부담합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레버리지를 주는 투자가 흔치 않습니다.
또 하나, B2B 제조업은 디지털 전환이 느려 온라인 마케팅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바이어들도 디지털로 공급사를 검색하고 온라인으로 첫 접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문 홈페이지, 온라인 광고, SNS 운영 같은 인프라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이 된 거죠. 바우처는 이 기본값을 빠르게 갖추게 해주는 수단이 됩니다.
마무리로, 이 글을 읽고 바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한 걸음
수출바우처는 '지원받아 뭘 하지'가 아니라 '우리 병목이 어디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스피덴트는 인증부터, 에스비티엘 첨단소재는 신뢰 접점과 기술 문서부터 잡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한 번에 다 하지 않았죠.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필요한 서비스만 선택했습니다. 결국 숨은 강소기업이 되는 길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병목을 찾아 순서대로 치우는 운영입니다.
핵심 1 문장: 수출바우처는 B2B 수출의 병목을 단계별로 제거해 “학습 속도”를 올리는 도구다. 오늘의 액션 1개: 우리 회사 해외 진출의 병목을 인증, 바이어, 전시회, 디지털 인프라 중 하나로 딱 고르고, 그 병목을 해결하는 바우처 서비스만 2년 로드맵으로 적어보자. 독자 질문 1개: 내 회사는 '지금 해외를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가 아니면 '첫 병목 하나'를 정하고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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