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마블 위기 극복 사례: 파산 기업이 디즈니에 인수되기까지의 전략 전환

 

1996년 12월 27일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연방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를 가진 회사가 파산했다는 소식은 업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부채는 8억 9,400만 달러. 슈퍼히어로로 가득 찬 세계관과 달리 현실의 마블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13년 뒤인 2009년 디즈니는 마블을 42억 6,000만 달러에 인수합니다. 파산 기업에서 수십억 달러 가치의 콘텐츠 제국으로. 이 극적인 반전은 운이 아니라 관점 전환에서 시작됐습니다. 마블은 위기 속에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이미 가지고 있는가로 말입니다.

 

마블 위기 극복 사례: 파산 기업이 디즈니에 인수되기까지의 전략 전환

 

탐욕이 부른 몰락

마블의 파산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 씨앗은 1990년대 초반에 이미 뿌려졌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만화책 투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희귀 만화책이 수만 달러에 거래되자 만화는 읽는 콘텐츠가 아니라 투자 상품이 되었습니다.

 

마블은 이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같은 이슈를 여러 표지로 출시하고 한정판과 스페셜 에디션을 쏟아냈습니다.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만들었죠. 물론 단기 매출은 급증했습니다. 1993년 마블의 만화책 판매는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 성장은 허상이었습니다. 독자가 아니라 투기꾼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994년 거품이 꺼지자 매출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그 와중에 당시 CEO 론 펄먼은 완구 회사, 스티커 회사 등 관련 없는 기업들을 무리하게 인수했습니다. 차입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마블은 짓눌리기 시작했습니다.

 

 

파산과 관점의 전환

파산 이후 마블은 법정 공방에 휘말렸습니다. 회사의 지배권을 두고 펄먼과 토이비즈의 아이작 펄머터가 다퉜습니다. 결국 펄머터가 경영권을 쥐게 됩니다.

 

그는 회사를 해체하듯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사실 하나를 깨달았죠. 마블의 진짜 자산은 만화책 사업이 아니라 캐릭터 판권이라는 점을요. 스파이더맨, 엑스맨,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아이언맨까지. 마블은 8,000개가 넘는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자산을 어떻게 쓰고 있었느냐였습니다. 마블은 캐릭터 판권을 영화사에 라이선스 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습니다. 안정적이지만 한계가 분명한 모델이었습니다.

 

 

남의 성공을 바라보는 회사

2002년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은 전 세계에서 8억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블이 가져간 돈은 고작 6,200만 달러였습니다. 소니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엑스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흥행할수록 캐릭터 가치는 올라갔지만 그 가치를 온전히 누리는 것은 마블이 아니었습니다. 마블 내부에서는 불만이 쌓였습니다. 이는 직접 만들자는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영화사가 되기로 한 만화 회사

2005년 마블은 역사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직접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선언이었죠. 마블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메릴린치와 5억 2,500만 달러 규모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담보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팬서 등 10개 캐릭터의 판권이었습니다.

 

이 결정은 도박에 가까웠습니다. 실패하면 담보로 잡힌 캐릭터를 모두 잃고 회사는 다시 파산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블이 쓸 수 있는 캐릭터는 이미 팔린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대중에게 생소한 이른바 2군 캐릭터들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건 첫 번째 선택

2008년 5월, 아이언맨이 개봉합니다. 이 영화는 마블의 운명이 걸린 작품이었습니다. 캐스팅부터 불안 요소가 많았습니다. 주연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재기 중이었고 감독 존 파브로는 대형 프랜차이즈 경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언맨은 전 세계에서 5억 8,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 말미에 등장한 장면이었습니다. 닉 퓨리가 등장해 슈퍼히어로 팀을 언급합니다. 관객은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더 큰 이야기의 시작을 목격했습니다.

 

 

자산을 엮어 만든 유니버스

마블의 진짜 전략은 여기서 드러났습니다. 각 캐릭터의 영화를 독립적으로 만들되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것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입니다.

 

이 전략은 캐릭터라는 자산을 개별 상품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전환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면 다음 영화가 기다려졌고 모든 작품은 서로의 가치를 끌어올렸습니다.

 

2012년 어벤져스는 이 전략의 정점이었습니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15억 달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는 단숨에 글로벌 아이콘이 됐습니다. 마블은 2군 캐릭터를 1군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만든 셈이었습니다.

 

 

디즈니가 본 것은 영화가 아니었다

마블의 성공을 지켜본 디즈니는 2009년 인수를 결정합니다. 42억 6,000만 달러라는 금액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가 산 것은 몇 편의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디즈니는 수천 개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을 엮어 무한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산 것이었습니다. 인수 이후 MCU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 28억 달러를 기록합니다.

 

2024년 기준 MCU 누적 흥행 수익은 30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디즈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인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마블이 남긴 교훈

마블의 부활은 기술이나 유행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관점의 문제였습니다. 가진 자산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략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마블은 만화책 회사를 넘어 캐릭터 IP 회사가 되었고 로열티를 받는 회사에서 스토리텔링을 통제하는 회사로 변신했습니다. 위기 속에서 안전한 선택을 버리고 가장 위험해 보이는 선택을 감행했기에 가능했던 변화였습니다.

 

지금 나의 조직은 무엇을 자산이라고 부르고 있나요? 그리고 그 자산을 얼마나 무기로 사용하고 있나요? 답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 안에 있을지 모릅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