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예약 앱을 만든다고요? 그게 사업이 될까요?' 투자자들은 코웃음을 쳤고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심지어 가족들조차 반대했습니다. 2005년 이수진 대표가 시작한 야놀자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외면하고 싶어 하는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야놀자는 기업가치 10조 원이 넘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모두가 외면한 시장, 그 안에 숨겨진 기회
2000년대 중반 한국의 모텔 산업은 부정적 인식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불법 숙박업소', '성매매 장소'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텔을 떳떳하게 이용하는 것조차 꺼려했습니다. 이 시장에 투자하거나 IT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전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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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수진 대표는 달랐습니다. 그는 이 부정적 인식 뒤에 가려진 거대한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전국에는 3만 개가 넘는 모텔이 있었고 매년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거대 시장이었습니다. 단지 누구도 이 시장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발견은 모텔 업주들의 고충이었습니다. 대부분이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영세 사업자들이었고 마케팅 방법을 몰랐으며 예약 시스템도 전화 한 통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고객들 역시 불편했습니다. 어디에 괜찮은 숙소가 있는지 정보를 얻기 어려웠고 가격도 불투명했으며 예약도 번거로웠습니다.
조롱과 편견 속에서 시작된 도전
초기 야놀자는 모텔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모텔 사업이 무슨 미래가 있느냐'며 투자를 거절했고 심지어 주변에서는 '왜 떳떳한 사업을 하지 않느냐'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업주들의 반응도 차갑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IT에 익숙하지 않은 영세 업주들은 온라인 예약 시스템 자체를 불신했습니다. '전화로 받는데 굳이 왜 그런 걸 해야 하나요?', '수수료를 내라고요? 말도 안 돼요.' 거절과 무시는 일상이었습니다.
이수진 대표는 직접 전국의 모텔을 발로 뛰며 설득했습니다. 한 곳 한 곳 찾아가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예약 시스템 사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처음에는 10곳, 20곳에 불과했지만',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산업의 표준을 바꾼 혁신
야놀자의 진짜 혁신은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텔 산업 전체의 인식과 구조를 바꾼 것이었습니다.
첫째, 투명성을 도입했습니다. 가격, 시설, 위치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실제 사용자들의 리뷰를 받았습니다. 이는 불투명했던 모텔 시장에 신뢰를 심어주었습니다. 숨기고 싶었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모텔이 숨어서 가는 곳이 아닌 당당하게 선택하는 숙소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업주들의 경영 혁신을 도왔습니다. 예약 플랫폼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매출 분석, 가격 전략, 인테리어 컨설팅까지 제공했습니다. IT 기술을 모르던 업주들이 데이터를 보며 경영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영세했던 모텔들이 점차 현대적인 비즈니스로 탈바꿈했습니다.
셋째, 브랜딩을 통해 인식을 바꿨습니다. 모텔이라는 단어 대신 비즈니스호텔, 부티크 호텔이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깔끔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갔습니다. 광고에서도 은밀하고 음침한 이미지 대신 밝고 편안한 휴식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위기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장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2010년대 초반 대형 호텔 예약 플랫폼들이 모텔 시장에도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본력과 인지도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야놀자의 끝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야놀자는 자신들만의 강점을 믿었습니다. 수년간 전국의 모텔 업주들과 쌓아온 관계와 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장 경험 그리고 모텔 시장에 특화된 서비스였습니다. 대형 플랫폼들이 모텔을 호텔의 하위 카테고리로 취급할 때 야놀자는 모텔을 중심에 놓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위기는 시장 포화였습니다. 2010년대 중반 모텔 예약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었고 성장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야놀자는 과감한 사업 확장을 결정합니다. 모텔을 넘어 호텔, 펜션, 캠핑장, 레저 시설까지 영역을 넓혔고 나아가 해외 시장 진출까지 추진했습니다.
편견을 깬 자. 시장을 지배하다
2020년, 야놀자는 기업가치 1조 원을 돌파하며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습니다. 2021년에는 소프트뱅크와 부킹닷컴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1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때 조롱받던'모텔 예약 앱'이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정하는 여행 플랫폼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현재 야놀자는 한국을 넘어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모텔 예약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종합 여행 플랫폼이자 숙박 산업의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호텔 운영 시스템(PMS)을 전 세계 숙박업소에 공급하며 산업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야놀자가 주는 교훈
야놀자의 성공 스토리는 스타트업과 기업가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첫째, 부정적 인식이 곧 진입 장벽이자 기회입니다. 모두가 기피하는 시장일수록 경쟁자가 적고 그만큼 혁신의 여지가 큽니다. 야놀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편견 너머의 실체를 보는 통찰력이 기회를 만듭니다.
둘째, 산업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야놀자는 중개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영세 업주들의 경영을 돕고 산업 전체의 이미지를 개선하며 고객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진정성이 장기적인 신뢰와 충성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셋째,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도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야놀자는 모텔이라는 틈새시장에서 시작했지만 그것을 발판으로 전체 여행 산업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작은 시장이라도 그 안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면 인접 시장으로의 확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넷째,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수진 대표는 주변의 조롱과 편견을 견디며 자신의 비전을 밀고 나갔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외로움과 좌절이 따르지만 그것을 이겨낸 자만이 혁신을 만들어냅니다.
야놀자의 이야기는 어떤 시장도 나쁜 시장은 없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것을 혁신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모두가 외면한 곳에 기회가 있고 편견을 깬 자가 시장을 지배합니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그 시장을 대하는 나의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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