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1,700만 달러를 쏟아부은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투자자들의 돈은 바닥났고 직원들은 불안해했으며 창업자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2012년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그의 팀이 마주한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폐허 속에서 한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만든 사내 메신저 도구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전 세계 수백만 기업이 사용하는 슬랙의 시작이었습니다.
두 번째 실패, 그리고 마지막 기회
스튜어트 버터필드의 두 번째 실패였습니다. 2002년 그는 'Game Neverending'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지만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팀원들이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도구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플리커(Flickr)'였습니다. 플리커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2005년 야후에 매각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버터필드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실패한 프로젝트에도 가치 있는 것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2009년 그는 다시 게임 개발에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였습니다.
'Glitch'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야심 찬 프로젝트였습니다. 웹 기반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게임으로 독특한 아트 스타일과 창의적인 게임플레이를 자랑했습니다. 팀은 45명으로 늘어났고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1,700만 달러를 투자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화려한 실패 그리고 냉정한 결단
2011년 베타 버전을 출시했지만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게임은 독특했지만 대중적이지 않았습니다. 사용자는 늘지 않았고 이탈률은 높았습니다. 팀은 1년 넘게 게임을 개선하려 노력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2012년 11월, 버터필드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Glitch를 종료하기로 한 것입니다. 4년간의 노력과 투자자들의 돈 그리고 팀원들의 헌신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공식 블로그에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글을 올렸고 사용자들에게 환불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버터필드는 10년 전 플리커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이번에도 우리가 만든 것 중에 가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팀은 지난 몇 년간 개발한 모든 것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폐허 속에서 발견한 보석
게임 개발 과정에서 팀은 원격으로 협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메일은 너무 느렸고 기존 메신저는 파일 공유나 검색 기능이 부실했습니다. 그래서 팀은 자체적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내부용이었지만 사용하면서 점점 개선되었고 어느새 팀의 모든 업무 소통이 이 도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Glitch 베타 테스트에 참여했던 일부 기업들이 게임보다 이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더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메신저 도구를 우리 회사에서도 쓸 수 있나요?'라는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버터필드는 깨달았습니다. 게임은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만든 도구에는 진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요. 팀은 즉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게임은 접고 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독립적인 제품으로 만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2013년 8월 'Slack'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Slack은 'Searchable Log of All Conversation and Knowledge'의 약자였습니다. 모든 대화와 지식을 검색 가능하게 만든다는 의미였습니다.
폭발적 성장, 시장이 원하던 것
슬랙의 성장은 놀라웠습니다. 베타 서비스 기간 동안 입소문만으로 8,000개 기업이 가입했습니다. 정식 출시 후 6개월 만에 일일 활성 사용자 50만 명을 돌파했고 1년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IT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B2B 소프트웨어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무엇이 슬랙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요? 표면적으로는 '메신저'였지만 본질은 '업무 협업 방식의 혁신'이었습니다.
첫째, 이메일의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이메일은 느리고 파일을 찾기 어려우며 대화의 맥락이 끊깁니다. 슬랙은 실시간 소통과 완벽한 검색 그리고 스레드 기능으로 대화의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이메일 시대에서 메신저 시대로 전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둘째, 통합의 힘이었습니다. 슬랙은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깃허브, 세일즈포스 등 수천 개의 업무 도구와 연동되었습니다. 여러 앱을 오가며 일하던 직장인들이 슬랙 하나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슬랙은 메신저가 아니라 업무의 허브가 되었습니다.
셋째, 직관적이고 즐거운 사용자 경험이었습니다.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딱딱하고 배우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슬랙은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러웠고 이모지와 GIF로 재미까지 더했습니다. 직원들이 '써야 하는' 도구가 아니라 '쓰고 싶은' 도구가 된 것입니다.
실패의 DNA가 만든 성공
아이러니하게도 슬랙의 성공 요인 중 상당 부분은 게임 개발 실패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원격 협업의 고충을 직접 겪었기에 실제 사용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게임 개발자들이 만든 제품이라 사용자 경험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습니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사람들이 계속 플레이합니다. 슬랙도 즐거워야 사람들이 계속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패한 게임의 DNA가 슬랙의 UX에 녹아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두 번의 피버팅 경험은 버터필드를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비전을 고집하기보다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추가했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운 유연성이 슬랙의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278조 원의 가치. 실패에서 꽃핀 성공
2019년, 슬랙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습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23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했습니다. 망한 게임 회사가 6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2021년, 세일즈포스는 슬랙을 277억 달러(약 33조 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중 하나였습니다. 게임 개발에 쏟아부은 1,700만 달러의 실패가 결국 277억 달러의 가치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현재 슬랙은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일일 활성 사용자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포춘 500대 기업의 65% 이상이 슬랙을 사용하며 원격 근무 시대의 필수 도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슬랙이 주는 교훈
슬랙의 스토리는 실패를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줍니다.
첫째, 실패한 프로젝트에도 성공의 씨앗이 숨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실패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느냐입니다. 버터필드는 게임이 실패했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만든 것들을 냉정하게 재평가했습니다. 실패를 인정하되 그 안의 가치까지 버리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피버팅은 포기가 아니라 진화입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피버팅을 실패의 인정으로 여겨 주저합니다. 하지만 슬랙의 사례는 방향 전환이 오히려 더 큰 성공으로 가는 길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집스럽게 실패하는 것보다 유연하게 진화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셋째, 내가 만든 것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터필드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시장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욕망보다 시장의 수요를 선택했고 그것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창업자의 비전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목소리를 듣는 겸손함이 더 중요합니다.
넷째, 실패의 경험은 다음 성공의 자산입니다. 슬랙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팀이 이미 한 번 실패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통하고 통하지 않는지 어떻게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지 이미 배웠습니다. 실패는 비용이 아니라 교육이었습니다.
슬랙의 이야기는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때로는 실패가 성공보다 더 큰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넘어졌을 때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서 무엇을 주워 올 것인가입니다. 폐허 속에서 보석을 찾는 눈. 이것이 진짜 창업가의 자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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