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는 완벽한데, 뭔가 우리랑 안 맞는 것 같아요.'
면접을 마치고 나온 팀원이 한 말이다. 지원자의 경력도 훌륭하고 기술 역량도 충분했다. 하지만 면접 내내 느껴지는 미묘한 어색함. 그것은 바로 문화적 불일치 신호였다. 채용과 온보딩은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이 아니다. 조직의 문화를 확인하고 전파하며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스타트업 문화의 본질 시리즈 글 모음
#1. 조직문화는 스타트업의 전략
#2. 창업 초기 문화 설계
#5. 리더십의 언어
#6. 실패와 피드백 문화
채용 공고부터 문화는 시작된다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는 대부분 비슷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수평적 문화', '자유로운 출퇴근'. 이런 표현들은 너무 흔해져 아무 의미도 전달하지 못한다. 진짜 문화는 구체적인 언어로 드러난다.
토스의 채용 공고를 보자.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쟁을 즐기는 분', '완벽보다 빠른 실행을 선호하는 분'처럼 일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지원자에게 직무를 소개를 넘어 '우리는 이렇게 일한다'는 문화적 기대를 미리 전달하는 것이다.
반대로 '열정적인 분', '도전정신이 있는 분' 같은 추상적 표현은 아무것도 걸러내지 못한다. 채용 공고를 쓸 때는 '어떤 사람이 우리 팀에서 행복할까?'를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솔직하게 적어야 한다.
면접 질문이 문화를 말한다
'가장 자랑스러운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개인의 성과를 보는 것이다. 반면 '팀원과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경험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나요?'는 협업 방식과 갈등 해결 능력을 본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드러난다.
성과 중심 문화의 조직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를 개선했나요?',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같은 결과 지향적 질문을 한다. 관계 중심 문화라면 '팀원들이 당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 같나요?', '힘든 동료를 도와준 경험이 있나요?' 같은 질문을 던진다.
넷플릭스는 '당신이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최고의 동료는 누구이고, 그 사람의 어떤 점이 뛰어났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이는 지원자가 '뛰어남'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넷플릭스의 기준과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면접 과정 자체가 문화 경험이다
어느 스타트업은 면접을 5단계나 거치며 한 달 넘게 걸린다. 또 어떤 곳은 2번의 면접으로 일주일 만에 결정한다. 어느 쪽이 맞고 틀린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우리 문화와 일치하느냐는 것이다.
빠른 실행을 중시하는 문화라면 채용도 빨라야 한다. 신중하게 의사결정하는 문화라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러 사람이 만나보는 것이 맞다. 면접 경험이 입사 후 일하는 방식과 다르면 지원자는 혼란을 느낀다.
페이스북(메타)은 면접 과정에서 실제 업무와 유사한 과제를 준다. 능력만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실제로 이곳에서 일할 때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서로에게 좋은 미리 보기가 된다.
채용 결정의 순간, 타협하지 말아야 할 것
급하게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프로젝트 마감이 다가오는데 인력이 부족하거나 핵심 인력이 갑자기 퇴사했을 때. 이럴 때 '일단 뽑고 보자'는 유혹이 생긴다. 하지만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문화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채용하면 그 사람 하나 때문에 팀 전체의 문화가 흔들린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서 잘못된 채용 한 건은 치명적이다. 10명 팀에서 1명이 문화를 해치면 그 영향이 10%가 아니라 훨씬 크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채용 기준을 절대 낮추지 마라. 매번 채용할 때마다 평균 수준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능력만이 아니라 문화적 적합성도 포함한다. 급하더라도 기준을 지켜야 장기적으로 더 빠르게 갈 수 있다.
오퍼 단계에서의 솔직함
많은 스타트업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오퍼 단계에서 과장한다. '우리는 정말 수평적이에요', '여기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하지만 입사 후 현실이 다르면 신뢰가 깨진다.
차라리 솔직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완벽하지 않고 이런 부분은 개선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낫다. 버퍼(Buffer)는 심지어 회사의 급여 테이블과 지분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는 '투명성'이라는 그들의 핵심 가치를 오퍼 단계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지원자가 다른 제안과 비교하고 있다면 연봉이나 조건으로만 경쟁하려 하지 말고 문화와 비전으로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이런 가치를 추구합니다. 이것이 당신에게 맞다면 함께 하자'는 메시지가 진정성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온보딩, 문화 전수의 골든타임
입사 첫 주는 문화를 각인시키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때 새로운 구성원은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한다. 첫날 어떤 환영을 받는지, 누구를 먼저 만나는지, 어떤 정보를 받는지가 모두 문화적 메시지가 된다.
에어비앤비는 입사 첫날 창업자가 직접 회사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반적인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깊은 맥락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새 구성원에게 '당신은 그냥 직원이 아니라 미션을 함께 수행하는 동료'라는 메시지를 준다.
자포스(Zappos)는 온보딩 중 신입사원에게 '지금 그만두면 2000달러를 주겠다'라고 제안한다. 문화가 정말 맞지 않는다면 지금 떠나는 것이 서로에게 낫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극소수지만 이 과정 자체가 '문화적 적합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온보딩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
많은 스타트업이 온보딩에서 업무 도구 사용법이나 프로세스는 잘 알려주지만 문화적 맥락은 놓친다. 우리는 회의를 이렇게 해요는 알려주지만 '왜 우리가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토스는 온보딩 과정에서 실제 과거의 중요한 의사결정 사례를 공유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렇게 결정했고 그 이유는 이것이었다'는 구체적 스토리를 통해 암묵적 문화를 명시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온보딩은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양방향이어야 한다. 새로운 구성원이 느끼는 첫인상과 의문점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입사 전 기대와 입사 후 현실이 어떻게 다른가요?'라는 질문을 통해 채용 과정에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버디 시스템의 힘
온보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버디(Buddy) 또는 멘토를 배정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교육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암묵적 문화들을 동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점심은 보통 누구랑 먹어요?', '창업자에게 언제 직접 연락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을 통해서 말이다.
이때 버디로 누구를 배정하느냐도 중요하다. 문화를 가장 잘 체화하고 있는 사람, 신입의 질문에 인내심 있게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버디는 신입에게 첫 번째 문화 전달자가 되기 때문이다.
채용과 온보딩은 문화의 거울
채용과 온보딩 과정을 돌아보면 진짜 문화가 보인다. 말로는 협업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면접에서 팀워크에 대한 질문이 없다면 그것은 진짜 가치가 아니다. 온보딩에서 신입이 2주 동안 방치된다면 아무리 환영한다고 말해도 소용없다.
지금 나의 채용 프로세스를 점검해 보라. 거기에 내가 원하는 문화가 정말 담겨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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